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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믹스를 좋아하세요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의 단편영화를 아시나요. 조인성을 자신의 영화에 캐스팅하고 싶은 영화감독 가영이, 시나리오도 없는 채로 끝없는 상상을 펼치고 자신의 구상을 전화로 이야기하다가 진짜 조인성의 전화를 받게되는 내용입니다. 제목을 처음 보면 익숙하게 의문문으로 읽게 되지만, 영화를 보는 중에 서서히 이 제목은 의문문이 아니라 명령문이며, 어찌 보면 사뭇 비장한 선언처럼 들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정가영 감독은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제목에서 모티브를 따와 영화 제목을 지었다고 합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문장의 끝에 ‘…’를 붙여 보는 이에게 조심스레 권유합니다. 브람스를 좋아하라고. <조인성을 좋아하세요>에는 ‘…’가 붙지는 않습니다. 그리하여 훨씬 더 당당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조인성을 좋아하라고.
엔믹스의 정규 1집 《Blue Valentine》이 발매되고 한창 활동이 이어지던 10월, 엔믹스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한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가 엔믹스 감상회를 열고 싶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인스타그램 DM으로 주고받던 아이디어는 꽤나 진지하게 전화로까지 이어졌습니다. 행사의 취지, 구성, 규모 등을 논의하고 결정했죠.
lmp작업실 주인장 베이는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행사의 이름은 어떻게 지을까?
엔믹스 감상회? 아냐, 엔믹스가 너무 좋아서 모이자는 건데 그 좋아하는 마음까지 담겨야 해.
엔믹스를 좋아회? 아.. 뭔가… 뭔가 더 있었으면 좋겠어.
그러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과 정가영 감독의 영화 제목에까지 생각이 다다른 것입니다. 그래 이거야.
‘엔믹스를 좋아하세요’
처음엔 의문문처럼 읽히지만 알고보면 거부는 거부하는 명령문인 이 문장. 모두가 엔믹스를 좋아해야한다고 추호의 의심도 없이 믿는 사람들이 모여서 온종일 엔믹스만 보고 듣고 이야기하는 시간의 제목이 되기에 딱이었습니다.
엔믹스로 시작해서 주제를 바꿔가며 계속 이런 행사를 열고 싶습니다.
뜨개질을 좋아하세요
AC/DC를 좋아하세요
커피를 좋아하세요
티셔츠를 좋아하세요
무언가를 끝장나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것만 이야기 하는 자리를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시간이 펼쳐질 장소로 lmp만큼 적절한 곳은 또 찾기 힘들겠죠.
친구에게 <엔믹스를 좋아하세요>를 꼭 열겠다고 약속처럼 말해두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를 기약하며 이 전시회에 걸어둡니다.